배우 이영애 씨의 이승만 기념관 후원 시비  변평섭 고문
계룡산으로 가는 국도변에 토속 음식을 파는 조그만 식당이 있다. 보리밥과 도토리묵을 즐기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그런데 이 식당 한쪽 벽에는 식당 주인 부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찍은 사진이 하나 걸려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사진이지만 식당 주인은 ‘박근혜’라는 특수한 신분의 손님과 찍은 사진이어서 벽에 걸어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서 손님들 중에는 이 사진을 왜 걸었느냐는 등 가끔 시비를 거는 일이 발생했다. 탄핵이 되고서도 그런 시비는 계속됐지만, 식당 주인은 그냥 그대로 버티어 갔다. 하지만 어느 날 식당에 온 손님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의 거친 말싸움이 육탄 일보 전까지 갔었다. 그래서 식당 주인은 한동안 사진을 떼어 따로 보관해 두었다가 요즘 다시 벽에 걸어 놓았다. 세월이 바뀌고 정치 상황도 바뀌어서 그런지 요즘에는 사진을 두고 시비 거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정말 외딴 식당에 뉴스로만 보던 사람이 뜻밖에 찾아오면 그 주인으로서는 굉장한 사건이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순수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사진을 보는 사람도 그렇게 보면 될 일인데 시비를 거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정치적 진영 논리에 너무 빠져 있는 것 같다. 내 편이 아니면 싸워 없애야 할 ‘악마’다. 지난 10월 13일 전남 목포에서 전국체육대회가 열렸는데 개회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가 시작되자 전남도의회 의원들이 의장만 남기고 퇴장해버려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들의 고장에서 벌어지는 국가적 큰 행사인데 소속 정당이 다르고 정치 노선이 다르다고 퇴장하는 것이 과연 도리에 맞느냐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한류 원조 배우 이영애 씨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운동 본부’에 5,000만 원을 기부한 것을 두고 좌파 진영에서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한 유튜브는 ‘X소 같은 여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이영애 씨의 이승만 기념관 건립비 기부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까지 소환하며 비판을 가했다. 이영애 씨의 쌍둥이 돌잔치에 김건희 여사가 다녀가는 등 친분 관계로 이런 기부를 했다는 것이다. 또 어떤 SNS에는 차라리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라고도 했다. 그런데 사실 이영애 씨는 2021년 장애인 단체에 2억 원을 기부하는가 하면 소아 환자, 고아원, 독거노인 등 많은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이재민 돕기에 1억 원, 하와이 산불 이재민에 5,000만 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기부도 김건희 여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더욱이 자기 아이들 돌잔치에 김 여사가 오지도 않았는데 허위 사실을 유포했으니 사과하고 정정하라는 내용 증명을 그 유튜브에 보냈다고 한다. 이영애 씨는 “제가 그분(이승만)께 감사한 것은 우리나라를 무력 침공으로부터 지켜내 북한과 같은 나라가 안 되도록 한 것이며 개인 일가의 독재 공산국가가 됐다면 지금 우리 아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자유가 없는 곳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물론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정말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이 나라 앞날이 걱정된다. 갈라질 대로 갈라지고 사사건건 삿대질하고, 핏대 올리고… 마침내 끝장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 이 지구상에 그런 나라가 또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