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개각이 답이다  변평섭 고문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 때 야당에서는 ‘고소영 내각’이라고 비판했었다. 고소영은 너무 잘 알려진 인기 탤런트. 여기서 말하는 ‘고소영’은 그 탤런트가 아니라 고려대 출신, 소망교회 신자, 영남 출신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그 출신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MB는 대통령 전이나 끝나서나 ‘사법 리스크’가 따라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대법원에서 횡령,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8천만 원의 형이 확정되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에서 소송비용을 대납한 혐의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MB는 형집행정지로 교도소에서 풀려났고, 그리고 사면까지 받으면서 완전 자유인이 되었다. 따라서 MB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의 특별한 시혜를 입고 있다고 하겠다. 더 나아가 요즘은 윤석열 정부가 ‘MB 정부 시즌 2’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MB 정부 사람들, 특히 MB맨이라고 하는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뜻일 게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 그리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도 MB 정부에서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요직을 거친 인물. 국회에는 MB 측근으로 윤 대통령 만들기에 깊이 관여한, 그래서 ‘윤핵관’ 소리까지 듣고 있는 장제원 의원이 있다. 이런 배경으로 ‘MB 정부 시즌 2’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새 정부를 이끌어 가야 하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호재는 아닐 것이다. 물론 정치 경력이라고는 8개월이 전부인 윤 대통령으로서는 ‘준비된 인물’로 내각을 꾸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 대통령 취임 2년 차가 되었으면 그동안 자신의 정치철학에 동승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국민들에게 새롭고 신뢰감 있는 인물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남덕우 서강대 경제학 교수를 오랫동안 눈여겨 보아왔다. 그러다 그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초청 교수로 갔다가 귀국하자 곧바로 재무장관, 그리고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으로 발탁하였고 남덕우 장관 역시 박정희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중화학공업을 일으키는 등 ‘한강의 기적’을 건설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를 계기로 지금 윤 대통령은 그런 인물을 발탁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신선한 인물’로 개각을 한다면 강서구청장 패배의 상처를 씻고 내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국민들의 표심을 크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층에서 이탈한 중도층을 불러오는 데는 ‘신선한 인물’로의 개각이 절대 중요하다. 마침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출마를 고려해야 할 국회의원 신분의 장관들을 자연스레 교체할 계기가 오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원희룡 건설교통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등이 국회의원직을 겸하고 있다. 특히 지금 심각한 경제 문제는 개각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사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뛰어넘으려면 외교, 안보만 가지고는 안 된다. 지금의 경제 상황, 특히 물가와 청년 취업 문제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 전쟁에서 쑥대밭으로 폐허가 된 독일을 일으켜 세운 것은 샤흐트 같은 경제학자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경제장관(후에 서독 총리) 등 뛰어난 경제 각료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윤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는 개각, 그것도 경제에 희망을 주는 데 포인트가 맞춰져야 할 것이다.
변평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