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公正이다 

    류두희 수필가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여러 개의 프로골프대회가 열린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롯데 칸타타 챔피언십 등 골프대회를 주관하는 기업에서는 많은 돈을 쓰기 때문에 최대한의 광고효과를 거두고 성공적인 대회를 치르고 싶어 한다. 골프대회를 성공시키는 길은 좋은 골프장과 원만한 진행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골프선수들를 참가시켜야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구름 같은 갤러리를 모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박인비, 유소연, 전인지 등 이름 있는 해외파 선수들을 섭외도 하고 별도의 특별대우를 해주기도 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도 수많은 골프대회가 열린다. 상금이 가장 많은 PGA 챔피언십이나 US오픈도 있고 역사적으로 오래된 영국의 디 오픈 챔피언십 골프대회도 있지만, 상금보다는 골프선수라면 한번쯤 참석해보고 싶어 하는 마스터스 토나먼트도 있다. 이런 권위 있는 대회는 세계 최강자들만 초청받아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우승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선수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다. 

골프뿐만 아니라 매년 웸블던, US오픈, 프랑스오픈, 호주오픈 등 우승상금도 엄청나고 세계 링킹 상위권의 유명한 선수들이 모두 참석하는 명성 있는 테니스대회도 열린다. 매년 테니스대회를 지켜보다보면 떠오르는 샛별과 랭킹 선두권에 있는 선수들이 자리를 빼앗고 지키려는 혈투가 눈물겹다. 

몇 년 전 노박 조코비치와 라파엘 나달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수없이 공격하고 처절하게 받아 넘기는 모습을 감명 깊게 보았다. 또한 서로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나는 당시 그들이 받는 우승상금 35억 원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경기를 보기위해 수많은 관중이 실내 경기장에 모여들고 밖에도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앉아 열광하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US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인 노박 조코비치와 세계랭킹 27위 파블로 카레노 부스타가 맞붙었다. 노박 조코비치는 게임이 마음대로 풀려나가지 않았고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화가 나있었다. 홧김에 무심코 쳐낸 볼이 경기장 뒤쪽에 있던 선심 라인즈맨의 목에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박 조코비치는 곧바로 달려가 사과했고 전혀 고의가 아니었음을 해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회 운영위원회에서는 노박 조코비치를 실격패 시켰다.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경쟁자인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이 부상으로 불참했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노박 조코비치가 우승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 만큼 노박 조코비치는 US오픈의 꽃이고 중심이었다. 운영위원회측에서 볼 때 그의 파워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노박 조코비치는 세트 페널티나 경기 페널티를 줄 수도 있는데 너무 가혹하다 항의했지만, 운영위 측에서는 단호히 ‘NO' 했다. 그리자 그는 곧바로 수긍하고 자리를 떠났다. US오픈 운영위원회는 “선수들은 어떤 때에도 경기 장소에서 신체적으로 대회 운영진이나 상대 선수, 관중 등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는 대회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카투사 서 모 일병의 휴가문제로 시끄럽다. 서 일병이 병가 중에 전화로 병가 연장을 신청하고 개인 휴가를 붙여 23일간 쉬도록 한 것에 대해 보통군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에 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국방부는 ‘문제가 없다’는 발표를 했다. 법과 규정을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하는 게 바로 公正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