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과 나의 아버지

우용하 (엄사면 파라디아 아파트)

올해로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 노장이 되신 전쟁영웅들이 망백(望百)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역사 속으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6.25 참전용사였던 나의 아버지가 돌아 가신지가 어언 30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8월이면 더욱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가 전쟁 이야기를 해주시면 재미가 없어 잘 듣지 않았고 대암산에 고립되어 보름 동안 밥을 먹지 못하여 뱀을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거짓말처럼 느꼈다. 

현역시절에 본가에 가면 양구·대암산 등지에서 전투하셨던 이야기를 곧잘 하셨지만, 그때 나는 장교였기에 지휘관(자)의 전투경험이 아니고 일개 병사의 이야기일 뿐이라 생각하고 무시하곤 했다. 1953년 전선이 고착되면서 동부전선에서 국군은 휴전이 되기 전에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고지전·육탄전을 하였다. 아버지도 이 전투에서 포탄 파편을 맞아 상해를 입으시고 생전에 불편하신 다리로 평생을 사셨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들려주시던 아버지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역사이자 생생한 전투현장의 목소리였는데 귀담아 잘 듣지 않았던 것이 많이 후회되고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민족사의 최대비극인 6.25 전쟁은 결코 잊혀진 전쟁이 아니며 또한 잊혀져서도 안된다. 멀지 않아 참전용사였던 분들이 다 떠나고 나시면 누가 6.25 전쟁의 생생한 진실을 전할 것인가? 우리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대물림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전후 세대에 제대로 역사교육이 필요하다. 일찍이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고 했다. 6.25 전쟁은 왜 일어났으며,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오늘에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를 교육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이다. 

그러나 6.25 전쟁은 북한의 침략전쟁이 분명 함에도 일부 세력들은 북침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요즘은 6.25 전쟁이란 말조차 하지 않으려 하며 오직 평화(Peace)라는 환상에 젖어있다.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쟁이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전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정지된, 휴전상태에 있는 불완전한 평화이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평화는 핵 인질 상태에서 북한이 자의적으로 조건을 결정하는 굴욕적·노예적 평화이다. 이러한 평화도 전쟁보다 좋다는 평화 지상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평화결정권을 북한에 맡겨두고 평화만 외친다고 평화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를 통해 평화는 그것을 지킬 힘을 갖추었을 때만 유지 가능하였다. 

우리가 평화란 환상에 젖어 우리 자신을 지킬 힘을 키우지 않는다면 또다시 제2의 6.25 전쟁과 같은 비극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고대 로마 전략가 Vegetius는”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대비하라“는 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