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관서의 令이 이래서야 

[한마디]  류두희(수필가, 경남무궁화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지난 화요일 사무실에 출근하려고 집 앞을 나서자 길가에 시청 공무원, 이ㆍ통장들이 모두 모여 우리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 그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을 들여다보니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엄사화요장 운영을 잠정 중단합니다’라며 상인 및 시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공무원들과 시민단체의 노력은 그렇다지만 새벽부터 우체국, 약국 앞에 길게 줄서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좀 참을 수는 없는지 상인들에게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상인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이고 생계가 달린 문제인 걸 모를 리는 없다. 그렇다고 행정관서인 시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아보자며 당분간 잠정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른 새벽에 시청이나 읍면동사무소로 출근하지 못한 채 길거리로 나와 인의장막을 쳐야하는 공무원들은 무슨 죄가 있을까, 그 와중에도 새벽에 천막을 치고 장사준비를 하는 상인들도 있었고 공무원들이 철수하자 하나둘씩 천막을 치고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 밤늦게까지 도로에 물을 흘려가며 먹거리를 판매하는 상인들을 보면서 미운 생각이 들었다. 

경남무궁화아파트는 입지조건이 좋아 입주민들끼리는 명품아파트라 부른다. 그런데 화요장날만 되면 번영로, 엄사중앙로, 엄사1호공원 등 우리아파트를 둘러싸고 장터가 열린다. 어느 사람은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옛 장터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족발을 삶고 국을 끓이며 통닭을 튀기는 냄새나 뻥튀기 튀기는 소리는 사먹을때와 사뭇 다르다. 아파트 진입로로 천막이 슬금슬금 침범해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물건을 사러온 고객들의 차량을 제때 빼주지 않아 주차난을 가중시킨다. 깔끔하게 새로 페이트칠한 울타리에 상인들은 천막이 날아갈까 꽁꽁 묶어 칠을 벗기며 갈때는 쓰레기를 안으로 던지는 바람에 수요일이면 대청소를 하고 있다. 

화요장터가 시민들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경남무궁화아파트 주민들이 감수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걱정하고 매일아침 자체 소독을 하는 마당에 자기들만 살겠다고 아파트 턱밑에서 장사를 하는 것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그것도 행정관서의 지시나 명령을 어겨가면서까지 강행하는 것이 미워 우리아파트에서도 현수막 하나를 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