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애국, 계룡의 민낯

[기자 칼럼]

개천절, 서울 광화문 애국집회에서 드러난 계룡의 민낯은 참담했다. 국방수도를 자처하는 도시에서 고작 8명이 대열에 합류했고, 그 가운데 예비역은 불과 3명뿐이었다. 이쯤 되면 ‘애국의 심장’이라는 호칭은 부끄럽고도 뼈아픈 자기기만일 뿐이다.

(우파)계룡의 예비역들은 늘 애국을 입에 올린다. 정부를 비판하며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술자리에서는 군 시절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스스로를 ‘애국자’라 치장한다. 그러나 막상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순간이 오면 자취를 감춘다. 정작 필요한 자리에 서지 않는다면, 그들의 충성은 허언일 뿐이다.

행동 없는 애국은 공허하다. 말뿐인 충성은 스스로를 기만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우롱한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정신은 현역 시절의 계급장에만 묶여 있는 것이 아니다. 예비역의 참된 사명은 퇴역 이후에도 공동체 앞에 책임 있게 나서는 데 있다. 

더구나 일부는 “군 생활에서 이미 나라를 위해 충분히 헌신했으니 이제는 나를 위해 살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애국의 도시 계룡에서 ‘애국’을 말할 자격은 없다. 

애국을 외면한 채 그 이름만 소비한다면, 이는 스스로의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다. 차라리 고향으로 돌아가라. 위선을 숨기고 살 바에야, 어머니 품 같은 고향으로 가는 것이 차라리 진실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예비역의 도시, 애국의 도시에서 산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계룡은 이름만 애국의 도시일 뿐, 실상은 무책임과 침묵의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가왕 나훈아의 노랫말 “고향으로 갑시다”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지금의 계룡에서 이 노랫말은 따뜻한 울림이 아니라 행동을 외면한 자들에게 던지는 날 선 꾸짖음으로 들린다.

국방수도 계룡, 애국의 도시 계룡이 진정한 이름값을 찾으려면,  예비역들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 정병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