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9(금) 56:19
검색
 
 
초대석
[기고] 엄마의 100년 생과 이별  
계룡투데이 |    작성일 : 2022-08-30

[기고] 엄마의 100년 생과 이별



  

            김철홍 문화유산국민신탁  소대헌․호연재 고택 관장

   

얼마 전 엄마는 뇌경색 진단으로 한 달 병원, 두 달 집에서의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00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는데, 눈가에서 입술로 번지는 미소가 꽃처럼 아름다운 엄마의 선한 모습이 아직도 같은 공간에 계신 듯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엄마를 집에 모시고는 가족들은 식사를 죽으로 해서 숟갈로 떠드리고 가끔 여기가 어딘지, 좋은지 그리고 가족을 알아보는지 등의 질문형식의 대화로 엄마의 컨디션을 확인 하곤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소화능력이나 인지저하증세 탓에 기복이 심한 반응을 보이시곤 했다. 돌이켜 보면, 엄마는 낯선 환경과 사람들이 있는 병원생활로 평생 팔 남매 즉 여덟 손가락이 성한 날 없이 짓물러도 오로지 헌신적인 사랑으로 희생만 하셨기에 그 만큼 마음의 상처는 더 크셨던 것이 분명하다. 

물론 자식들의 빠른 판단과 지혜로 엄마가 원하는 대로 집으로 모셔서 시간이 허락하는 팔 남매 가족들은 정성을 다해 수발을 들었다. 특히 혼인 후 지금까지 같이한 형수님과 가까이 사는 막내 누님이 헌신적이었지만 기력이 쇠한 고령의 엄마는 끝내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이별을 선택하시게 되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잘못한 것만 생각나고 불효했다는 자책감만 든다.

평소에 나는 퇴근 후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남동생하고 매일 엄마를 보러 가곤 했는데 운명하시던 날은 일요일이었고 저녁식사 후 가려고 생각했으나 오후 3시39분에 전화벨이 울려 확인하니 카카오톡으로 가끔 소통은 했으나, 일 년에 한두 번 통화를 하는 제수씨의 이름이 뜨기에 󰡐엄마한테 불길한 소식이 있어 전화했구나󰡑하는 지레짐작을 할 수 있었다. 나름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침착한 척하고 전화를 받으니 역시 "아주버님, 어머님이 좀 이상하세요. 빨리 오셔야 겠어요" 하는 게 아닌가. 

아파트 차량이 주차된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의 거울에 비쳐진 나는 대충 간소복에 마스크를 썼기에 마주친 아파트 주민에겐 멀쩡한 모습으로 보였겠지만 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차에 타자마자 마스크를 벗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고 성호경을 그 어느 때보다도 또박또박 소리내어 외치고 침착하자고 다짐하면서 시동을 걸고 출발하였다. 엄마 집에 가는 내내 나도 모르게 엄마와의 육십여년 생의 필름이 파노라마처럼 돌아가고 있었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또한 얼마 전에 엄마의 어깨, 팔다리를 주무르면 󰡐그만해. 힘들잖아󰡑 하시면서 자식부터 챙기던 일.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 용기를 내어 매일 매일 엄마 손 꼭 잡고󰡐엄마, 사랑해요.󰡑하면󰡐고맙다.󰡑고 답하시던 모습. 또 생각지도 않은 엄마의 말씀 중에 󰡐내가 하느님 한테 너를 잘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는 등 많지 않은 대화 내용이 차량 앞 유리 프롬프터에 띄워진 것처럼 보였다.  

엄마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그 어느 때보다도 동그랗게 뜨고 계셨다. 가족 모두는 호흡이 가쁘신 엄마를 지켜보면서 이제는 편하게 보내 주셔야 된다는 약속을 한 듯 슬픈 감정을 억누르고 차분하게 엄마의 손을 잡고 기도와 함께 󰡐엄마, 사랑해요.󰡑, 󰡐엄마, 사랑했어요󰡑를 되뇌면서 울부짖는 목소리나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렇게 엄마의 짧지 않은 생 100년과는 달리 임종과 이별은 너무도 허무하게 짧은 시간에 마무리 되었다.  한 달 전에 김모 언론사회장이 내 기고문인 「투병중인 100살 엄마의 오해」를 읽고, ‘울컥하는 마음은 왜일까요? 저는 7년 전부터 고아입니다.’라고 위로를 해줬고 지인들이 상을 당하면 종종 ‘나 이제 고아 됐다.’라는 말이 크게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들의 ‘나도 고아 된 지 꽤 됐는데 이젠 철홍이도 고아 됐네.’하는 소리를 들으니 전과는 다른 미묘한 감정의 울림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래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라는 건가보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고 슬픔을 같이 했는데 공통적으로

󰡐어머님께서 무척 고우시고 이쁘시네요.󰡑󰡐어머님의 인자하시고 사랑스런 미소가 보입니다. 그래서 자손들이 다복하고 훌륭한 인품을 지녔나 봐요.󰡑또한 엄마의 이름에 대해 󰡐존함이 수(壽)자 예(禮)자이시던데 그 시절에 어쩜 그렇게 멋스럽고 우아하게 지었어요? 또 거꾸로 하면 예수님이시네요.󰡑라는 말과 함께 󰡐그 오랜 동안 모셨다니 대단하고 존경스럽네.󰡑 라는 형님 내외를 향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특히 영정 앞에서 문화대통령, 문화예술계의 대부, 문화계 천하의 마당발 등으로 유명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판소리 명창 등과 함께 온 이상현 대금 명인의 청아한 진혼곡 연주는 마치 위령기도 󰡐엄마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엄마에게 영원한 빛을 비추소서.󰡑라는 가사가 떠올라 큰 감동을 받아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게 되었고, 엄마가 생각날 땐 언제든지 이 영상을 통해 하늘에 계신 엄마를 부를 수 있어 나름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비록 엄마의 짧지 않은 백년 생은 엄마에 대한 나의 헌정시 「영원한 동행」 중󰡐난 진갑(進甲)을 넘은 어린 아이 ……… 상수(上壽)가 된 엄마  내일도 오늘처럼  엄마 손 꼭 잡고 어딘 들 가지 못하랴󰡑가 이젠 이별로 인해 안타깝게도 추모시로 바뀌게 되었지만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행복한 동행은 영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집안의 구심점이셨던 엄마가 이젠 계시지 않지만 평소에 늘󰡐형제간에 우애있게 지내라󰡑고 강조하셨던 말씀을 팔남매 가족 모두는 명심 또 명심하고 되새겨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우애있게 살 것을 엄마에게 손가락 걸고 약속해요.󰡑

참! 엄마, 마지막으로 주신 선물도 고맙고요.󰡑

 

이전글 | 엉망이 된 교실, 말 못하는 교사들 전국지...
다음글 | 임강수, 독도에서 ‘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 홍보하는 ‘자랑스런 계룡..... 정병상
 
- 안중근 시대보다 더 위기라는데…
- 이렇게도 지도자감이 없습니까
 
- 이케아 철수, 계룡시민이 최홍묵 ...
- 국민의힘 계룡시 선거 가도 ‘황...
 
- 계룡시 공공도서관, 10월 토요문...
- 계룡시, ‘엑스포와함께하는야간...
- 이응우 시장, 안전시설 및 현장 ...
 
이응우 시장, 대전시 교육청 방문.
이응우 시장, 대전시 교육청 방문해 軍문화엑스포 학생 관람 요청 학생들이&.
계룡시, 2022년 시민대상 수상식 .
계룡시, 2022년 시민대상 수상식 개최 교육·문화·체육-김미정, 민군협력-최경묵,&nbs.
이재운 도의원 “낙후된 남부권 .
충남도의회 기경위, 미래산업국 추경안·조례안 심의  이재운 의원(계룡. 국.
계룡시,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공.
계룡시,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3명 선발오주석 팀장, 국토부 중·소도.
엉망이 된 교실, 말 못하는 교사.
엉망이 된 교실, 말 못하는 교사들[충남협회논단] 서영태 (사)전국지역신문협회&n.
[기고] 엄마의 100년 생과 이별
[기고] 엄마의 100년 생과 이별              김.
임강수, 독도에서 ‘계룡세계군문.
임강수, 독도에서 ‘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 홍보하는 ‘자랑스런 계룡인’ 8월 6.
박기순 회장 “계룡시민을 위해 .
아띠 로타리와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 “손잡다”박기순 회장 “계룡시민을 위해 .
학교급식 납품업체 관내 업체로 .
학교급식 납품업체 관내 업체로 해야김미정 의원 “계룡시가 지역경제 활성.
‘아띠 로타리클럽’ 제13대 박기.
‘아띠 로타리클럽’ 제13대 박기순 회장 시대 열다박 회장 “계룡에 .
 
 
 
계룡투데이 | 고문 변평섭 | 발행인 김영재 | 편집인 정병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서경희 | jbsang9@naver.com
대표전화 010-4424-1005 | 충남 계룡시 장안로 49 111호(금암동) | 등록일 2014-07-10
사업자등록번호 321-04-02539 | 신문사업·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충남, 아00236
계룡투데이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C) 2014 gytoday.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