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보상 요구는 피해 주민들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인터뷰] 유은경 신성미소지움A2차 204동 비대위원장

“사람들은 저에게 묻습니다. 왜 아낙네가 발벗고 나서냐고?”

“대답은 ▲첫째, 한라건설이 계룡시민을 무시하고 있고 ▲둘째, 주민들의 아우성에도 눈감고 귀를 막는 계룡시 행정이 괘씸했고 ▲셋째, 피해보상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前 대책위원들이 미온적인 대처가 주민들을 실망시켰고 ▲넷째, 분진과 소음 등으로 주민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고 ▲다섯째, 피해를 당한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인 피해보상을 주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계룡 신성미소지움2차 아파트(204동,206동) 주민들은 국내 중견 건설업체인 한라건설에서 추진하는 한라비발디 신축 공사로, 소음과 비산먼지로 많은 피해와 고통을 겪고 있다며 피해보상 요구를 위한 ‘피해자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라건설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유은경 ‘204동 피해자대책위원장(사진)’은 전업주부다.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건설 현장에서 유 위원장을 만났다.

“피해보상 요구는 피해를 당한 주민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말하는  그의 첫인상은 예사롭지 않은 인품을 느꼈다. 

“소음•분진에 이어 일조권•조망권 그리고 계룡시에서 증축 허가 사항 등에 대해 단계적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 나아겠다”며 기존 대책위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공사에 따른 피해상황에 대해 “206동 모 주민의 부모님은  폐암판정을 받아, 서울에서 공기 좋은 계룡시로 옮긴 1년여만에 병원에서 계룡에서 살아도 되겠다고 말할 정도로 병세가 호전됐는데, 한라공사가 시작된 이후 병세가 악화되어 결국 돌아가셨다”며 비산먼지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한 “공황장애, 우울증을 겪고 있는 세대는 철근 떨어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천정이 무너지는 듯한 심한 공포감에 ‘차라리 죽는게 났다’고 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돼, 병원치료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세대별 피해일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파트건설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면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한 후 공사를 계속하라는 것이다. 주민들에게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피해보상으로 꼭 돈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피해를 받지 않은 상황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존의 대책위 별도로 (204동, 206동) 비대위를 구성하게 된 동기에 대해 “지난해 7월부터 1년여 동안 많은 피해와 고통을 감내하면서 한라건설과 협상 중인 기존 대책위를 믿고 기다렸다. 

1년여 만에 내놓은 협의안은 너무나 부당하고 불공정했다. 기존 대책위는 당연히 시행해야 할 204동 206동 피해상황을 적극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가해자인 한라건설에 피해사실을 증명하지 못하고 ‘옥상방수공사’라는 협의안을 수용하는 무능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특히 그는 “이 협의안 서면동의에도 합의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동의서 공문에도 방수공사에 동의하도록 유도하는 사심있는 문구가 포함되어 주민들의 결정에 혼선을 준데다 중복 투표로 찬성률을 높인 것도 선거법에 위반된 부당한 처사”라고 밝혔다.

또한 “소음•분진 피해보상을 적극 요구를 할 수 있는 부분, 즉 기초공사, 터파기, 파일공사 등 작업시간을 놓친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시행착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휴일은 물론 새벽부터 ‘막가파식’ 공사로 주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되레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허가 관청의 묵인하에 가능한 것이고, 일조권, 조망권 때문에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84세대의 고통에, 세대당 고작 10만원씩 보상한다는 시공사 측의 발상에 분개했다.

“다면체로 이뤄진 계룡사회에서 인간다운 권리를 찾고, 권리를 누리며 서로 존중하는 이상적인 사회에 일조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거대한 재정과 조직에 맞서 전략과 전술로 비대위를 진두지휘하는 그는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여전사로 탈바꿈되는 순간이었다.

유은경 위원장 말대로, 전국 각지에서 이주해 온 다면제로 구성된 계룡사회에서 유 위원장 같은 사료 있고 적극적인 인물이 10 사람만 더 있어도, 보다 나은 계룡사회가 될 텐데…기자는 인터뷰 내내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 정병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