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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살한 싱가포르 장관 유서  
변평섭 |    작성일 : 2019-09-25

자살한 싱가포르 장관 유서 

 


      고문 변평섭

 

한 나라에 국가(國歌)가 네 번이나 바뀐 경우는 싱가포르가 유일할 것이다. 영국 식민지 시대에는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였고, 2차 대전 때는 일본에 점령되어 ‘기미가요’를 국가로 불렀다. 그러다 말레이시아에 통합되면서는 말레이시아 국가를 불렀고 1965년 독립하면서 국가도 ‘전진하라. 싱가포르여!’가 되었다. 그러니 국가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가 구성원도 중국 76.8%, 말레이 13.9% 등 다양하며 공용어만 해도 중국어, 영어, 말레이어, 타밀어 등 복잡하다. 거기에다 종교 역시 유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가 엉켜 있다. 

이처럼 혼란스런 국가 정체성을 똑바로 세운 사람이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 전 총리였다. 어떻게 그는 싱가포르를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었는가? 그 대답은 다음과 같은 일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86년 리콴유 총리는 자기 친구이면서 국가개발부장관으로 있던 태 치앙완이 40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2천4백만 원) 뇌물을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고를 받는다. 그리고 잠시 뒤 그 개발부장관이 리콴유 총리를 찾아와 면담을 요구했다. 사건을 해명하기 위해서 였다. 총리는 평소 신임하던 장관이었으니 해명쯤 들어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총리는 문밖에서 면담을 거절하고 돌려보냈다. 만약 개인적 정리에 이끌려 장관을 만나 해명을 듣는다면 국민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고 수사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도 있다는 것. 그래서 총리는 면담마저 냉정히 잘라버린 것이다. 

총리로부터 면담마저 거절당한 태 치앙완 장관은 그 길로 자살하고 만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유서를 남겼다. “명예를 존중하는 동양의 신사로서 나는 잘못에 대하여 가장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유서 또한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뼈 아픈 통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살한 장관의 부인은 총리에게 마지막 청원을 올렸다. 자살의 경우, 타살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 경찰이 시신부검을 하게 되어 있는데 부디 이것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한 것. 그런데 리콴유 총리의 답변이 너무도 훌륭했다. ‘의사의 사망 진단서에 자연사라고 진단하면 부검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의사는 원칙대로 사망 원인을 ‘독약’이라고 기록했다. 총리도 의사도 원칙대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유족들은 장례를 치른 후 싱가포르를 떠났다.

리콴유 총리는 그렇게 원칙과 공정, 정직과 검소를 자신이 직접 실천하며 싱가포르의 국가 정체성을 세워나갔다. 그리고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 세계 금융의 중심지, 물류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도덕적으로 강한 정부가 역시 경제발전도 이룩한다는 본보기가 된 것이다.

지금 조국 법무장관 사태로 국가가 분열과 혼돈에 빠져 있다. 나라의 공정과 정의가 실종된 위기에 빠져 가고 있음도 사실이다. 왜 국민 다수가 ‘아니오’하는데 대통령은 밀어붙였고 마침내 이렇게 큰불을 번지게 했는가 이해할 수가 없다. 백성이 하늘이고, 민심이 천심이라 했는데 왜 하늘과 천심을 외면했을까? 중국 고사에서도 제갈량이 군율을 바로잡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아끼던 부하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이른바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공의로운 국가를 만드는 데는 사적인 희생, 그 결단이 필수적임을 싱가포르의 자살한 장관 유서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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