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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는 王이다’  
변평섭 |    작성일 : 2018-04-02

‘나는 王이다’ 

 


변평섭 본사 고문

 

 

 

군수 재선에 성공한 그는 하늘에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워낙 힘든 선거에서 두 번이나 승리하자 무엇이든 해 낼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했다. 그런 들뜬 마음에서 관내 보건소에 순시차 갔다가 예쁜 여직원을 발견했다. 임금이 아무 여자나 찍으면 후궁도 되고 왕비도 되었듯이 그는 여직원의 신상을 파악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군수는 군청으로 돌아오자마자 인사담당관을 불러 보건소에서 보았던 여직원을 당장 군수실 비서로 발령하도록 지시했다. 인사담당관이 그 여직원은 6급 보건직으로 군수 비서로 맞지 않는다고 보고하자 ‘그럼 파견형식으로 라도 발령내라’고 호통을 쳤다. 그리하여 무리하게 군수 비서실에 근무를 하게 된 그녀는 군수의 내연녀로 변신했다. 내연녀가 되면서 3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받았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은밀하게 벌어 진 것이다.

선거에서 두 번이나 승리했다는 도취감이 자신은 무슨 일을 해도 면죄된다는 착각을 갖게 한 것. 그래서 그는 임금이 된 듯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의식에 빠져 인사규정도 무시한 채 발령을 내고 멀쩡한 여성공무원을 성(性)노리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의 왕 노릇은 여기에 끝나지 않았다. 100억원 관급공사를 특정 건설업자에 밀어 주고 3억원 상당의 별장을 뇌물로 받았다.

회계법령이 있고 입찰규정이 있었지만 왕은 이런 것에 구애 받지 않는다고 착각. 법령과 규정을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모은 비자금 10억원을 내연녀 겸 여비서가 관리를 하게 했다.

그러나 잘못된 왕도(王道)는 오래가지 못하였다.

2010년 5월 감사원 감사에서 이와 같은 비리가 적발되고 수사기관의 수사가 시작되자 그 군수는 상식을 뛰어 넘는 발상을 하게 된다. 내연녀로 하여금 먼저 중국으로 건너가게 하고 자신은 위조 여권을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그해 5월25일,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변장을 하고 인천공항 무인심사대에 나타났다.

하지만 자동심사대에서 위조여권임이 밝혀지자 그대로 공항을 빠져나와 줄행랑을 쳤다.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으나, 경기도 시흥 모처에서 지인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수사관들이 24시간 잠복한 끝에 그를 체포할 수 있었다. 물론 쉽게 체포된 것은 아니다. 200키로가 넘는 시속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며 수사 차량을 따돌리는 등 액션영화를 능가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부당한 인사, 여직원을 내연녀로 만든 패륜적 행태, 떡 주물르듯 한 뇌물, 그리고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위조여권.

결국 그는 1심에서 징역 11년, 2심에서 8년을 선고 받고 복역중이다.

그 무렵 이사건 말고도 전국에서 32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수사나 내사를 받은 것으로 보도 되었으니 우리 지방권력의 실상을 짐작케 하는 것이 아닐까? 왜 이런 일이 벌어 지는 것일까?

특히 선거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그 승자가 왕처럼 들뜨고 권력에 탐닉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번 미투(Me too) 회오리 바람속에 나타난 성(性) 피해자들은 상대 가해자들이 ‘왕 같았다’고 실토하는 것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도지사, 문인, 영화감독, 교수, 배우…. 모두가 왕처럼 군림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미투’ 운동이 ‘당신은 왕이 아니라 국민의 공복이다’하는 각성운동으로 번져야 공직의식은 물론 국민윤리의식도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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