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1호, 윤 전 대통령의 정치 행로
회장 변평섭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시행하고 적폐 청산을 지휘할 검찰총장으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을 파격적으로 임명했다. 윤 검사는 2013년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 팀장으로 여러 압력에도 굴하지 않은 수사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실 수사 4팀장으로 발탁되어 수사력을 발휘했다. 그러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사법처리를 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잠시 동안이지만 자신이 구속되었으니 얄궂은 운명이다. 물론 지금은 구속이 풀렸지만, 탄핵과 별도로 내란, 공천 개입, 명태균 사건 등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미래는 불확실한 상태. 그가 검찰총장에 발탁될 때도 일부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기 제어력이 부족하다는 것.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치인에게는 결점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그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웃으며 어깨를 다독여주는 것이 정치인이다. 이번 헌법재판의 판결문에도 아무리 야당이 입법 독주를 하여 정책 추진이 벽에 부딪혔다 하더라도 정치적 협치로 풀어야지 군을 동원한 것은 잘못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단둘이 대화를 하는 모습은 거의 없었고 더더욱 식사를 나누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한평생 범죄자만 다그치고 감옥에 보낸 그로서는 여러 가지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와 마주 앉는다는 것이 성격상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채 상병’ 사건에서 ‘윤 대통령의 격노’라는 또 하나의 이름이 붙여진 것도 만약 사실이라면 그의 성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이처럼 정치적 DNA를 갖추지 않은 그를 국민의 힘은 20대 대통령 후보로 영입했고 근소한 표 차로 당선시켰다. 겨우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정치의 정점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 짧은 8개월 만에 대통령이 되고서는 임기 내내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혀 꼼짝할 수가 없었고 야당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외교 안보 분야에서만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국정 지지율은 40%에서 30%대로, 그리고 탄핵 직전에는 1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국정의 동력을 잃은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12·3 계엄일까. 하지만 결과는 탄핵으로 돌아왔고 다시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비록 탄핵을 당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주장은 10%대까지 밑돌던 그의 국정 지지도가 탄핵을 계기로 반전된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윤 대통령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며 광화문 광장과 주요 도시에 모여든 인파에 고무되었는지 모른다. 대선 후보자들도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에 기대려는 측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중에는 윤 대통령이 좋아서 달려 온 사람도 있지만, 이러다간 이재명 대표가 국회에 이어 행정부까지 장악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참여한 중도층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보수 붕괴의 위기를 막기 위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 힘에 발을 깊이 담그게 되면 이들 중도층과 새로운 보수를 바라는 사람들은 고개를 돌릴 것이다. 당원 1호의 윤 전 대통령. 1호 당원답게 처신을 잘해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