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눈? 쥐새끼의 눈?

변평섭 고문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것이라는 풍문이 끊임없이 퍼지고 있었다.

그래서 선조는 1590년 직접 사신을 보내 그러한 징후가 있는지 살피도록 황윤길(黃允吉)을 정사, 즉 사절단장으로, 김성일(金誠一)을 부단장으로 일본에 파견했다.

그들은 1년이나 일본에 머무르면서 각종 정보를 입수하는가 하면 일본의 최고 실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까지 직접 면담을 했다.

황윤길은 돌아오는 길에 잠시 대마도에 들렀는데 이곳에서 조총 두 자루를 구했다. 조총은 아시아에는 처음 등장한 신식 무기로 일본은 이미 이것으로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바로 이 때문에 불길한 예감이 든 황윤길이 애써 조총을 구했던 것이고 귀국하여 그 무기를 조정에 제출했다.

황윤길은 이처럼 일본의 상황을 심각하게 파악했고 선조 임금에게도 그렇게 사실대로 보고했다.

“일본은 머지않아 침략해올 것입니다. 도요토미의 눈빛이 날카롭고 담략이 넘쳤으며 바다에서는 병선(兵船)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함께 갔던 부사 김성일은 “도요토미의 눈은 쥐새끼 같아 침략할 인물이 못 됩니다.”하며 황윤길의 보고를 반박하고 임금을 안심시켰다.

임금은 물론 중신들도 김성일의 보고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왜냐면 김성일은 당시 세력을 잡고 있던 동인(東人)이었고, 황윤길은 사절단장이지만 세력이 약한 서인(西人)이었기 때문에 당파에 따라 의견이 갈렸던 것.

요즘으로 말하면 다수당에 소수당이 밀린 셈이다.

이렇게 엄청난 국가 운명을 좌우할 안보 문제를 다루는 데도 당파에 따라 주장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를 보였으니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겠는가?

그로부터 1년 후 황윤길이 예고한 대로 일본은 15만 8700명의 육군과 9000명의 수군을 이끌고 조선 침략을 감행했다. 그리고 7년 긴 세월 전쟁으로 이 땅은 황폐화됐고 백성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평화’의 유혹에 속았던 임금은 비를 맞으며 피난을 떠났고 분노한 백성들은 임금의 행차에 돌을 던졌으며 궁궐에 불을 질렀다.

임금은 뒤늦게 동인의 세력, 김성일의 말을 들은 것을 후회하고 그를 파직했지만, 국가 안보는 후회했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권력을 잡고 있던 계층에서는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김성일을 칭찬하고, 일본이 쳐들어올 것에 대비하여 성 쌓는 작업마저 중지시키며 ‘평화’ 무드에 젖었지만 그것이 결국 망국의 길이었음을 어찌하랴.

도요토미의 야심에 찬 늑대의 눈을 ‘쥐새끼의 눈’이라며 국가 안보를 관상에 의존했던 자체도 한심스럽지만 어렵게 구해온 신식 무기 조총을 창고에 처박아 둔 그 무감각한 안보 의식 또한 개탄스럽지 않은가.

만약 황윤길이 가져온 조총을 우리도 생산해냈더라면 임진왜란에서 그렇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400년이 넘게 흘렀는데 그러나 아직도 이 나라에서는 국가 안보를 ‘늑대의 눈, 쥐새끼의 눈’으로 다루고 있으니 두려움이 앞설 뿐이다.

북한 무인기 드론의 우리 영공 침범에 대해 대통령이 ‘우리도 무인기를 북한에 보내라’라고 한 것에 대해 민주당 대변인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우리들을 비난했으니 북한 김정은이 얼마나 손뼉 치고 좋아했을까?

민주당 대변인의 입에서 북한을 질책하는 말은 나오지 않고 오히려 대통령을 공격했으니까….

그런데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민노총 간부의 북한 공작원 접촉 사실도 ‘남북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라며 국정원 고위층이 5년간 수사를 묵혔다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이것이 다른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늑대’와 ‘쥐새끼’로 짝 갈라져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