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가 만들어내는 영웅들

  변평섭 고문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올해 정치자금 모금 목표액을 12월 9일로 달성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연간 1억 5000만 원을 모금할 수 있다. 지난해 김 의원의 모금 실적은 9090여만 원으로 목표에 한참 뒤처져 있었다.

전체 비례대표 의원들의 평균 모금액은 1억 3600만 원. 그러니까 김 의원은 개인의 목표 모금액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전체 평균 실적까지도 뛰어넘었다는 이야기다.

김 의원의 이와 같은 정치자금 모금이 화제가 되는 것은 소위 ‘청담동 술자리’ 소동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번 국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함께 새벽 3시까지 술자리를 가졌던 사실이 있느냐고 추궁했다.

물론 김 의원에게 유력한 증인으로 등장한 첼리스트가 ‘거짓말’이라고 자백함으로써 ‘청담동 술집’ 소동은 가짜 뉴스로 끝났다.

그러면 사회적 통념으로는 김 의원은 대변인을 그만두거나 어떤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그는 책임에서도 자유롭고 이재명 대표는 오히려 그에게 신임을 더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정치자금 모금에서까지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그뿐만 아니다. 김의겸 의원과 함께 청담동 술자리 제보와 깊은 관계를 가진 유튜브 매체 ‘더 탐사’도 후원금이 계속 답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탐사는 방송 중 화면 밑에 계좌변호를 고정자막으로 띄워 별도 후원금을 받고 있는데 후원금과 광고 등 한 달 사이에 억대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또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아버지와 반려견을 소재로 달력을 만들었는데 당초 200만 원을 목표로 펀딩을 시작했는데 1억 원을 돌파 2000%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를 파양하는 바람에 논란이 컸는데도 막상 달력 펀딩은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다. 물론 이 모금은 유기견 보호를 위해 쓰인다는 목적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조국 사태’는 오랜 시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음에도 그를 옹호하는 ‘조국 영화’는 5,221%의 성과를 올렸다. 여기에 힘이라도 받은 듯 다음 총선에서 ‘조국 출마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가장 이채로운 현상은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만든 달력을 둘러싸고 벌어진 당내 갈등이다.

얼핏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친명’ 진영에서는 적극 호응해줄 것 같은데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달력의 삽화를 그린 작가가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 정치의 현실을 말해주는 정답이다.

가짜 뉴스로 세상을 어지럽혔건, 전과가 몇 범이건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내 편이냐, 네 편이냐가 판단 기준일 뿐이다. 진영논리라는 게 이런 것이다.

내가 반대하는 자를 공격하는 사람은 무조건 영웅이 되는 것이고,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난 것도 윤석열 대통령 때문이라고 억지소리를 해도 박수를 치는 것이다.

그래서 진영논리는 죽음마저도 내 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6·25의 영웅 백선엽 장군의 죽음이나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도 내 편이 아니면 의미가 달라진다.

이렇게 정치 양극화가 심각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과연 이러고도 다음 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