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의 충고에 귀 기울이자
변평섭 고문
신라가 삼국통일을 하는 데는 축구가 큰 몫을 했다는 주장이 있다. 신라는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축국’(蹴鞫) 이라는 게 귀족사회에서 널리 퍼져 있었다. 가죽을 엮어 둥그렇게 만든 것을 땅에 파놓은 구멍에다 발로 차 넣는 놀이다. 중국에서는 이것을 군사들의 훈련용으로 이용했고 우리 백제에서는 ‘농주’(弄珠)로 이름하여 백성들이 즐겼다는 기록도 있다. 축국이 신라의 삼국통일을 이룩하게 했다는 주장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루는 김유신과 훗날 신라 29대 왕 태종무열왕이 된 김춘추가 축국을 벌였다. 마침 경기 장소가 김유신의 집 가까이에 있었던 것 같다. 평소 김유신은 김춘추를 앞으로 훌륭한 왕이 될 인물로 존경하였으며 그의 여동생 문희를 그와 결혼시키고 싶은 욕심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김유신은 이날 경기를 하면서 일부러 격하게 달라붙어 김춘추의 옷고름이 떨어지게 만들었다. 김유신은 김춘추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여동생 문희로 하여금 떨어진 옷고름을 꿰매도록 했다. 그렇게 하여 김춘추는 그 여동생에 반하게 되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혼인으로까지 발전했다. 김유신의 작전이 성공한 것. 이리하여 김춘추와 김유신은 처남 남매가 되어 국사를 함께 논하고 의기투합하여 삼국을 통일했으니 축국이 두 사람 사이에 큰 몫을 한 셈이다. 그렇게 축구는 인류가 만들어 낸 경기중 가장 마력적인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을 이루어 낸 우리 축구팀에 대한 열기가 지금껏 계속되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이르는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 단합된 응원과 선수들의 도전 정신은 어떠한 국가적 위기도 극복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김유신·김춘추의 ‘축국’ 인연이 삼국통일의 한 몫을 했듯이. 그런데 이제 지난 열기에만 취해 있지 말고 미래의 우리 축구를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브라질은 우리가 상대하기는 너무나 높은 산이다.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빠짐없이 출전했고 다섯 번의 우승컵을 거머쥔 축구 강국이다. 물론 브라질은 인구 2억 1000만 명이 넘는 세계 7번째로 큰 나라다. 하지만 큰 나라라고 해서 월드컵의 강국이라면 중국이나 미국, 인도, 러시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특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이지만 축구에서는 우리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는, 그래서 ‘공한증’(恐韓症)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공한증’이란 한국을 무서워하는 일종의 병 같은 것을 말한다. 반면 모로코, 크로아티아, 네덜란드 등 우리나라보다 훨씬 작은 나라들이 8강에 진출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베트남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는 박항서 감독에게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박항서 감독은 2018년 AFF 챔피언십 대회에서 베트남 축구가 10년 만에 대회 정상을 차지하게 하는 등 베트남 축구를 눈부시게 발전시켜 놓고 지난주 귀국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을 받았으며 이 자리에는 한국을 방문 중인 베트남 국가 주석도 참석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떠나며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축구의 미래를 위해 충심 어린 제언을 했다. "베트남 축구를 위해서는 청소년 축구부터 강화하라. 축구 인구를 넓혀라". 우리나라의 축구를 위해서도 이것이 정답일 것이다. 마침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기염을 토한 일본이 2050년 일본 월드컵을 목표로 축구 인구 1000만 명을 넓힐 목표를 세우고 있다는 보도 역시 박항서 감독의 충고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브라질의 축구팀이 2만 개가 넘는다는 사실도 박항서 감독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4년 후의 8강 진출을 다짐하는 대한민국 – 박항서 감독의 충고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