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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부 총질  
변평섭 |    작성일 : 2022-08-04

내부 총질



고문 변평섭 

 

대원군의 친형 흥인군 이최응은 형제간이면서도 대원군을 돕지 않고 비밀리에 민비(명성황후) 세력과 내통하고 있었다.

대원군에 관한 움직임을 그때그때 빠짐없이 제공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민씨 세도정치에 힘입어 영의정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형제의 피보다 권력을 추구했던 것. 그러니까 ‘내부 총질’인 셈이다.

그런데 어느 날 영의정 이최응의 집에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당연히 방화범은 대원군 진영에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이 일어나기 2~3년 전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1873년 12월 민비의 침전이 있는 경복궁 자경전에서 폭발사고가 터져 장안을 불안하게 했다.

다행히 고종과 민비는 멀리 떨어져 화를 입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민씨 세도정권의 핵심 인물인 민승호의 집 폭발사고가 발생, 민승호와 그 가족이 현장에서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역시 배후에 대원군이 있다고 판단하여 대원군의 측근을 잡아다 문초하고 뚜렷한 증거도 없이 사형에 처했다.

그런데 매천 황현의 ‘매천야록’에 의하면 이와 같은 사건의 배후에는 대원군에 있지 않고 같은 민씨 세도정치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즉 대원군을 축출한 민씨 척족들끼리 서로 대권을 장악하기 위해 공작을 벌이고 대원군 측 소행으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것. 권력 싸움에 ‘내부 총질’이다.

황현의 ‘매천야록’은 그 무렵 모든 상황을 엄밀하게 기록하는가 하면 냉철한 비판까지 가해 ‘실록’에 못지않은 평가를 받고 있어 믿음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조선 말기 우리 권력층에서는 ‘내부 총질’이 얼마나 극심했던가를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형제간에도 권력을 위해서는 정적에게 총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에게 총을 겨누고, 같은 척족간에도 그렇게 했다.

이와 같은 패악적 ‘내부 총질’의 DNA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 대표 직무대행이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문자 메시지가 정국을 뜨겁게 하고 있다. 그 내용 중에 윤 대통령이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라고 적시한 것이 징계 상태인 이준석 대표를 가리킨 것이어서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권성동 대표의 정치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이에 민주당에 역전당한 당 지지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윤 대통령 역시 난처한 입장.

정말 경제 문제가 심각한 지금, 집권당 모습이 이래야 되는가 하는 개탄의 소리도 높지만 당 대표가 윤리위에서 6개월 당권 정지 징계를 당한 데다 ‘내부 총질’의 당사자로 찍힌 채 전국을 유랑하는 이준석 대표의 모습도 텅 빈 가을 들녘처럼 처연하기만 하다.

과연 이준석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기여는 하지 않고 내부 총질만 했는가?

그리고 그 총질이라는 것이 집권당의 지도부가 소화시킬 수 없을 만큼 큰 것이었을까?

참으로 국민의 힘으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이준석 대표의 반전이 있을 경우 사태는 더욱 복잡해질 수도 있다. 이미 그는 지난 국민의 힘 전당대회에서 젊은 세대의 바람을 타고 대표로 선출된 전력이 있다.

그러니 어떻게 할 것인가? 불편한 ‘내부 총질’자와 동거를 할 것인가. 아니면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결별의 절차를 밟을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또 한 번 리더십의 시험대에 올라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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