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시의 가을 단풍

계룡시의 가을 단풍은 계룡산을 닮아 갈색 빛깔로 더욱 곱게 물든다. 억센 비바람에 흔들리는 젊음으로 살다가 저토록 고운 빛깔로 지다니, 문득 나의 발걸음도 한 잎 낙엽같이 아름다웠으면 생각한다.

한 생을 군인으로 살아와 자부심을 느끼지만, 생의 한걸음을 뒤돌아보면서 자녀들에게 왜 더 잘 해주지 못했는지 후회한다.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고운 청년의 때를 벗은 아이들의 얼굴에서 가슴이 짠한 세월의 흔적을 느껴본다. 이제 나도 철이 든 탓일까. 

아이들의 어린 시절 왜 그리 힘들게 했을까? 좀 더 잘되라고 수많은 잔소리를 하고, 눈에 차지 않는 행동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한 성가신 부모였으리라. 

진정한 힘은 소리 없는 보듬음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내와 사랑으로 다독이는 물결 같은 부드러움인 것을, 세월이 저만큼 가버린 지금에야 느낀다. 

누구나 겪는 청년 시절, 그때야말로 어른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한 때이다. 세상의 성공과 돈과 권력이 아닌, 가슴 따뜻한 사랑과 관심만이 진정한 사람을 키우는 힘이다. 

현대인의 우상인 명예, 돈, 권력은 우리 아이들의 정신력을 파괴하는 독소가 될수 있다. 젊은이가 생명력 있는 푸른 거목으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다. 

계룡사회도 이제 청소년들을 마음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이제 연말이 되면 그리운 사람들과 더불어 연말 파티도 많아지리라.

아쉬운 것은 어른들의 파티나 모임은 그토록 많은데, 우리 청년들의 모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계룡사회는 이상하게도 울타리가 너무 높다. 토착인은 토착인 끼리, 현역 가정은 현역 가정 끼리, 예비역 가정은 예비역 가정끼리 따로 따로 논다. 마치 부르조아 계급을 형성하는 듯 하다.

한해를 보내면서 자녀들의 마음도 외롭고 쓸쓸한 때이다. 우리 자녀들의 고뇌는 어른들보다 더 절실하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 부모와의 불협화음을 잘 다독이며 끌어안아주는 어른들의 사랑이 절실한 때이다. 

그래서 올해는 부모님들이 청년을 위한 연말 파티를 마련해 주면 어떨까 기대해 본다.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계룡사회 일원으로 꿈을 키우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유태인 사회는 항상 젊은이가 모든 행사의 주역이라고 한다. 18세가 되면 성년식도 함께 해주고 자녀들에게 “너는 유태인이다”라는 자긍심을 심어준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하라는 말 대신 ‘먼저 참된 사람이 되라’는 삶의 지혜를 가르친다고 한다. 

유태인이 노벨상을 많이 타는 이유도 어른들의 배려와 사랑, 끈끈한 정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자신감을 길러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계룡사회의 미래는 우리의 꿈나무 자녀들을 잘 키우는 일에 달려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학교가 가르치지 않는다. 

청년을 키우는 일은 미래를 열어주는 성공의 열쇠이며 우리 계룡사회가 사는 길임을, 가을 단풍은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 계룡시 일자리센터장 박춘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