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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와대 대변인의 울음  
변평섭 |    작성일 : 2022-03-22

청와대 대변인의 울음



고문 변평섭


박정희 대통령이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살해된 다음날, 김성진 정부 대변인이 기자들 앞에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고 기자들은 무엇인가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윽고 김성진 대변인은 준비해 온 메모지를 꺼내 들고 대통령의 ‘유고’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원고를 읽어가던 중 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모시던 현직 대통령의 살해라는 엄청난 상황에서 그의 눈물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43년이 흘러 지난 10일 청와대 대변인의 눈물을 다시 보게 되었다. 43년 동안 대변인이 눈물을 보인 일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대변인은 확연하고 냉정해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눈물을 참다 못해 대통령의 발표문을 중간에 끊고 잠시 대기 공간으로 들어가야 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이야기다.

박 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오전 윤석열 당선인과 통화하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고 운을 뗀 후,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대독했다. 그런데 ‘당선되신 분과 지지자들께 축하 인사드리고, 낙선하신 분과 그 지지자들께…’하는 대목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서 약 5분간 브리핑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박 대변인의 이 같은 돌출행동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에 대한 청와대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냐, 윤석열 당선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한 것이냐 등, 껄끄러운 반응들이 쏟아졌다.

사실 대변인으로서의 평정심을 잃은 박 대변인의 울음은 본의 아니게 임명권자에 대해 누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2019년 베토벤의 ‘월광곡’(月光曲) 소나타가 문재인 대통령의 성정과 닮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너무 나갔다’는 세간의 평을 받기도 했었다.

어쨌든 그는 이후 청와대 대변인이 되었고 그래서 이번 눈물 사건으로 다시 베토벤의 ‘월광곡’ 소나타가 소환되기도 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내내가 야당으로부터 비판받았던 코드인사가 이로 인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동안 국회 청문회 동의를 받지 않고도 장관급 23명을 임명 강행했는데,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 때 17명,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때 10명에 비해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 정부가 그만큼 독선적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청문회 때 말썽 많았던 사람이 일은 잘하더라’고 했으니 그럴 테면 청문회 제도는 왜 있는지 허접하기만 하다.

사실 일만 잘하면 신상에 결함이 있어도 좋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프로야구나 축구 등,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음주운전, 폭력 같은 품행에 문제가 있을 때 눈감아 주는 게 아니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처벌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역시 선수이기 전에 인간의 품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가에 봉사하는 공직자들에게서랴.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하에서 임명된 장관 중에는 딸 이중국적,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등 국민들의 저항이 큰 문제에 대통령은 마이웨이였다.

그리고 마침내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 그것도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른 메시지를 낭독하다 울음을 터뜨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출발을 앞둔 윤석열 정부에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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