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에서 누가 王일까

 
      고문 변평섭  

사자 한 마리가 얼룩말을 맹렬히 추격한다. 온 힘을 다해 달리던 얼룩말이 숲을 막 빠져나오는데 아뿔싸, 그곳이 늪이었음을 못 보고 그대로 돌진한다. 사자 역시 얼룩말을 추격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그대로 늪에 빠지고 만다.

얼룩말과 사자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늪에 있던 큰 악어가 큰 입을 딱 벌리며 이들에게 달려든다.

아무리 사나운 사자도 늪에 빠지면 악어를 당할 수가 없는 법. 그래서 악어는 한번에 두 마리 먹잇감을 사냥하는 행운을 얻는다. 유튜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또 이런 장면도 있다. 사자가 사냥해서 잡은 먹잇감을 하이에나가 몰려와 낚아채는 것이다. 사자는 무서운 이빨을 드러내고 하이에나를 위협하며 그들을 덮치려 하지만 시늉에 그치고 만다.

왜 그럴까? 사자에게 하이에나는 상대가 되지 않지만 하이에나의 두터운 턱에 솟아난 이빨은 무섭기 때문이다. 만약 하이에나의 그 이빨에 물리게 되면 아무리 사자라 해도 그 상처는 치명적일 수 있다. 사자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함부로 공격을 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렇게 하이에나가 떼를 지어 덤벼들면 ‘백수(百獸)의 왕’이라고 하는 사자도 포획한 먹잇감을 포기하고 자리를 뜬다. 어떻게 보면 사자는 강하지만 약하다. 하이에나쯤 못 당해서가 아니라 자기 보호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밀림의 공통점이 있다. 아무리 사자라 해도 혼자서는 공격하기가 어렵고 먹잇감을 지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자는 원팀 작전으로 사냥을 하지만 어쩌다 단독 게임을 하다가는 낭패를 당한다.

마찬가지로 버펄로(들소), 코뿔소 등 방어하는 입장에 있는 약자에게서도 혼자서는 속수무책이지만 하나로 뭉치면 포식자를 방어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아무리 강자라 해도 약자를 깔보다가는 큰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결국 밀림에서 사자가 왕이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왕임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전개되는 대선정국을 보면 이와 같은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다.

사자도 악어의 밥이 될 수 있고, 얕보던 하이에나에 패배자가 되듯 경선에서 승자가 되는 데는 밀림의 법칙이 적용된 것 아닐까?

본선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사자도 혼자서가 아니라 함께 행동작전을 펼칠 때 사냥에 성공할 수 있고 하이에나도 무리 지어 덤비면 사자의 먹잇감도 빼앗을 수 있다는 사실―그런데 과연 민주당 이재명 후보나 이제 막 국민의 힘 후보가 된 윤석열 후보 모두 원팀으로 공격대열을 얼마나 갖추었을까?

동물의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같은 당 경쟁자를 잔인하게 물어뜯고 상처를 입혔는데 한 깃발 아래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을까?

특히 ‘정권 교체’를 외치는 보수진영에서는 그동안 ‘정권 교체’를 외치던 안철수의 등판이 선거 때마다 출마하는 과거의 안철수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애매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동물의 왕국’ 같은 선거판, 이제는 당심(党心)이 아니라 누가 민심(民心)을 얻고 굳건한 원팀을 이루는가에 승패가 달려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