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도 손을 잡는다”

  고문  변평섭  

김종인 전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관계 변화를 보면 역시 ‘정치는 생물이다’, 또는 ‘적의 적은 내 편이다’는 말이 실감 난다.

그는 ‘윤 총장에게 별이 보인다’며 한때 대권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윤석열 측에서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지 않자 입장변화가 감지되는 듯했다. 심지어 윤석열 전 총장이 민심 투어를 계획한다고 하자 ‘검사가 바로 대통령 되는 예는 없다’ , ‘과거와 같은 민심 투어 행태는 짜증스럽게 하는 것’이라며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가 홍준표 의원의 복당을 결정하면서 이번에는 태도를 바꿔 윤석열 옹호에 나섰다. 특히 ‘윤석열 X파일’ 논란에 대해 ‘추미애 장관에 맞설 때처럼 당당하라’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홍준표 변수’가 생긴 것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끝까지 홍 의원의 복당을 반대했는데도 입당했고 뿐만 아니라 홍의원이 윤석열의 대권 도전을 강하게 비판하며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으니 난처해진 것이다. 그래서 ‘적의 적은 내 편’의 상식대로 홍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다시 윤석열 지원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정치는 생물이다’를 가장 실감있게 보여준 사람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소위 ‘DJP 연합’이라는 것이 그렇게 탄생한 작품.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DJ)·김종필(JP)이 연합하여 단일후보를 냄으로써 선거에 이길 수 있었고 DJ는 대통령으로, JP는 국무총리로 권력을 3년 동안 균점했던 것.

이때도 JP가 김영삼 정부로부터 소외당하자 ‘적의 적은 내 편’이라는 논리에 따라 보수이면서도 진보의 DJ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런 선례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윤석열+김동연+장성민의 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김동연이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했지만 참신한 관료의 이미지를 갖고 있고, DJ 적자로 통하는 장성민은 호남 출신(전남 고흥)으로 1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외교 안보 분야에 두각으로 나타내고 있는 바 이들이 연합을 이룬다면 놀라운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장성민은 호남 출신이면서도 최근 문재인 정권이 호남 경제를 피폐화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 출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최근 국민의 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윤석열을 적극 옹호하고 나선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잘 알려진 대로 김재원 최고위원은 핵심 친박으로 박근혜 대통령 밑에서 정무수석을 맡고 있었는데 윤석열 당시 서울 중앙지검 검사장 때 혹독한 수사를 받았었다. 결국 무죄를 받았지만 그 앙금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그런 앙금을 벗어나 윤석열 옹호에 앞장서고 있다. 명분은 ‘정권교체’.

그래서 윤석열 X-파일이 제기됐을 때는 ‘적이 만든 수류탄을 밀반입하여 아군진지에 터뜨리는 행위’라고 하거나 홍준표 의원의 윤석열 공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는다’고 했지만 역시 정치는 생물이고, 적의 적은 내 편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