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이 친일(親日)이라고?

  변평섭 고문

1950년 6·25 전란 때 이승만 대통령은 서울을 떠나 대전으로 피난을 왔다. 그리고 충남도지사 공관이 임시 대통령 관저가 되었다.

도지사 공관이라고 하지만 일제 때 지은 소규모 목조 건물이어서 대통령이 사용하기는 불편했다. 특히 워싱턴에 있는 우리 대사관과의 국제 전화가 가장 힘들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통신 시설이 발달되지 않아서 미국으로 전화를 하려면 일본 도쿄에 있는 중계소를 통해야 했다. 그러면 우리 비서관이 일본 전화국 교환에게 일본말을 하게 되는데 방음장치가 잘 안 돼 안방의 이승만 대통령에까지 그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이 대통령이 문을 열고 나와 “지금 누가 일본말을 했냐?”라며 야단쳤다. 그렇게 그는 일본을 미워했다.

또 한번은 무초 주한 미 대사가 충남도지사 관사로 이 대통령을 찾아왔다. 6·25 전쟁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미 대사의 방문은 이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무초 대사는 미군이 도착하기 전 일본군을 끌어들여 전선에 투입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이 대통령은 자리에서 불끈 일어나 노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일본군이 우리를 돕기 위해 이 땅에 상륙한다면 우리 국군은 총부리를 돌려 일본군을 쫓아낼 것이오!”

이 대통령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무초 대사는 더 말도 못 꺼내고 자리를 떴다.

그렇듯 이 대통령의 철벽같던 반일(反日) 정신임에도 좌파, 진보 세력에서는 그를 ‘친일’로 매도하고 건국 대통령이면서도 기념관 하나 세우지 못하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나라가 되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의 모교라고 할 수 있는 대학에서는 교정에 세운 이 대통령의 동상을 훼손까지 한 사건도 있었다.

물론 그가 3·15 부정선거 등 정권 연장을 위한 반민주적 과오를 저지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1960년 4·19 학생혁명이 일어났던 것 아닌가.

그런데 최근 이들 4·19 혁명을 이끌었던 50여 명의 주역들이 이승만 대통령의 148번째 생일을 맞아 그의 묘소를 참배했다는 보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의 하야를 외쳤던 이들이 이와 같은 묘소 참배에까지 이른 것은 그의 과오는 과오대로, 나라를 위한 공로는 공로대로 인정하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실 처음 나라를 세운 초대 대통령으로서 그는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싸워 자유 대한민국을 지켰다. 자칫 우리가 지금 김정은의 지배하에 살고 있다면―생각만 해도 끔찍한 비극이었을 것이다.

그는 1952년 1월 전쟁 중인데도 미국이나 일본과 협의 없이 ‘이승만 라인’이라고 하는 ‘평화선’을 선포하기도 했다.

독도를 포함해 해안에서 60마일(약 97km)까지를 해양주권임을 주장하고 배타적 수역으로 선포했고, 이는 어업 기술이 월등한 일본과 어업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이 평화선은 한·일 국교 정상화 때까지 유지돼 평화선을 넘어 고기를 잡던 일본 어부 3929명이 우리 수용소에 감금, 역류됐었다. 그러니 일본의 반발이 어떠했겠는가. 그래도 이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원자력 연구소를 세워 원자력 시대의 문을 열었으며 미국이 망설이던 한·미 동맹을 맺어 안보의 초석을 놓았다. 이와 같은 안보의 울타리가 있었기에 외국인들의 투자가 가능했던 것.

그 밖에도 교육제도 확립, 농지 개혁, 반공포로 석방 등 많은 업적이 있었음에도 진보 좌파는 그의 과오만 부각시켜 기념관은 고사하고 교과서에서도 오르지 못 하게 하였다.

이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그의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